2020년 12월 2일, 수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11월호
(통권 436호)


폐기물 재활용, 친환경적이어야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20/10/08 (목)



대법원 2019.12.24. 선고 2019두45579 판결
 
들어가며
 
A 회사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 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관할 관청에 제출하였는데 관할 관청은 A 회사에게 동 사업계획서가 「도시ㆍ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를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청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의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어떠한지,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의 적합 여부 판단에 있어 행정청에 재량권이 인정되는 범위는 어떠한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원고 주식회사 A(이하 ‘원고’)는 2017년 2월 6일 피고 B군수(이하 ‘피고’)에게 OOO도 OO군 D 토지를 사업예정지(이하 ‘이 사건 사업예정지’)로 하여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업종은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이고(이하 ‘이 사건 사업’), 영업대상 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 폐합성수지, 폐합성고무류, 폐합성섬유, 폐목재(1, 2, 3등급 건설폐기물 포함)’이다.

피고는 2017년 3월 28일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계획서가 「도시ㆍ군 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 제157조 제1호 내지 제2호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이하 ‘이 사건 처분’)를 하였다.

「도시ㆍ군 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57조 제1호 내지 제2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도시ㆍ군 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157조(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시설의 결정기준)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시설의 결정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인구밀집지역이나 공공기관·학교·연구시설·의료시설·종교시설 등과 가깝지 아니하고 주거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하도록 인근의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할 것. 다만, 「대기환경보전법」 에 의한 배출허용기준에 적합한 시설을 갖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풍향과 배수를 고려하여 주민의 보건위생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없는 지역에 설치할 것
원고는 위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OO도행정심판위원회는 2017년 6월 12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그 주장을 모두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폐기물의 수집ㆍ운반ㆍ처리에 관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책임행정의 이행 등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위법하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예정지로부터 300~423m 거리에 F리(103가구 188명), G리(64가구 115명)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마을회관과 학교 등이 있고 441m 거리에는 H 휴게소가 있어 이 사건 사업으로 기관지가 약한 노인들과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사업예정지와의 거리를 제시하는 외에 구체적으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지에 대하여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예정지의 풍향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한 비산먼지가 인근 주거지역과 농작물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나 예상되는 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기준치를 넘어갈 경우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는지 등 구체적인 수치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 사업은 공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원고는 공장에 집진 시설을 설치하여 먼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대비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사업으로 발생한 먼지가 외부로 흩날려 인근 주거지역과 주변 환경에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시설로 인하여 오ㆍ폐수가 유입되어 농업용수 및 식수원이 오염되어 지역 주민의 보건위생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식수원의 존재 및 위치, 규모, 식수원을 사용하는 가구 수 등에 대하여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피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예정지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집단거주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예정지에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의 규모, 폐기물처리업의 공정 등을 살펴보면, 폐기물 수집·운반 과정 및 폐기물 분쇄 등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나 그 밖의 오염물질이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에 참을 한도를 넘는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이 사건 사업예정지에서 발생한 비산먼지는 이 사건 사업예정지가 연접하고 있는 국도 □□호선을 따라 인근 집단거주지역까지 쉽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이 사건 사업예정지에서의 사업 영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한 생활환경 침해의 정도를 간과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업예정지 북쪽 약 100m 지점에는 인근 집단거주지역 방향으로 흐르는 하천이 위치하고 있고 위 하천이 인근 주민들의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예정지 내부에 정화 수조를 설치할 것이라는 계획만으로 하천 수질오염 발생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단순히 피고가 비산먼지, 수질오염, 인근 집단거주지역 주거환경에의 악영향 우려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판단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원고로 하여금 피고의 판단의 위법성과 관련한 주장 및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게 하여 이를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판결의 의미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한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개정 전의 구 폐기물관리법이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할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2항 제4호가 인용하고 있는 환경정책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국가는 생태계 또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환경기준을 설정하여야 하며, 환경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환경정책기본법과 달리, 대통령령에서 환경기준을 설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주요사항으로 ‘생태계 또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명시함으로써 환경기준의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기준을 종전보다 강화하여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이다.

이와 같이 폐기물관리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은 그 입법 목적에 입각하여 환경친화적으로 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행정청이 사람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검토하여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의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자연환경·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반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사정은 원고가 주장,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피고가 환경 악영향 우려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을 바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피고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여부 판단을 위해 원고가 피고 처분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바, 타당한 판시로 사료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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