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일, 수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11월호
(통권 436호)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 제정과 최초의 시공감리 도입에 관하여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입력 2020/10/08 (목)



「기술사법」 개정 방향 ③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 제정과 최초의 시공감리 도입에 관하여

지난 60여 년 대한민국의 경제 변화는 산업화와 세계화로 표현할 수 있다. 1차 산업 중심에서 2・3차 산업 중심의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제육성정책에 힘입어 특정 산업 분야 중심의 수출 지향적 발전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외 상황변화로 인하여 산업구조 조정의 압력이 강해졌고, 인적자원 및 연구개발 활동과 혁신성 증대 등의 비중이 점차 커졌다. 특히 압축 성장의 상징이었던 건설산업 분야는 곳곳에서 누적되었던 부작용이 돌출되기 시작하였다.
 
독립기념관 신축현장에서 준공 직전 화재 발생

1976년 「건설업법」이 개정되어 건설공사 현장에는 그 공사에 상응하는 자격을 가진 건설기술자를 1인 이상 배치하도록 규정되었다. 또한 건설기술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해 해당 분야 기술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건설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로 제한하였다. 이에 따라 1980년대에는 기술자격 보유자의 공급이 부족했던 기술자격 전성시대가 지속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제40회 8・15 광복 경축행사를 열흘 앞둔 1986년 8월 4일 저녁 9시 50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붕 마무리 작업 중 화재가 발생, 순식간에 큰 불로 번졌다.

그 당시 해외건설 경기 부진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건설업체들이 덤핑입찰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최저가로 공사 낙찰을 받았던 대림산업이 전기공사 부문을 현대전업에 최저가로 하도급 주었고, 하도급업자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무자격자를 임시 고용하였다. 경찰조사에서 현대전업의 현장 전기공 6명 중에 4명이 무자격자로 밝혀졌다.

무자격자 전기공을 고용했던 이유가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실은 기술사든 기능공이든 간에 해당 분야의 자격을 갖춘 건설기술자가 너무 적어 기술자격 소지 유무와 상관없이 우선 일을 시켜야 하는 형편이었다.

시장경제의 근본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다. 기술사의 수요는 건설 관련 대부분의 종목이 국토교통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사의 공급을 「기술사법」에 의해 과학기술부 소관으로 규정되어 있어 수요에 따른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건설현장에서 무자격자가 일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독립기념관 건립은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각계 대표 55명으로 구성된 ‘독립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 염원이 담긴 “국민적 숙원사업”이었다. 500여억원의 국민 성금이 모아졌을 만큼 열기와 관심이 뜨거웠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성금을 모은 최초 사례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國債報償運動)이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이 반강제적으로 차관을 제공하였다. 대한제국은 갚을 능력이 없었고 이자에 이자가 붙어 1907년 1300만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력이 강화되었다. 이와 같은 위기에서 경상도 대구 등지에서 국채보상운동이 싹텄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평화의 댐 성금 모으기도 있고, 1998년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도 있었다. 국민 성금 사업에는 그 어떠한 잡음도 없어야 하지만, 집행과정이나 훗날 더러 뒷말이 있다.

국민 성금이 담긴 독립기념관 건립사업도 그랬다. 준공 열흘 앞두고 불난 근본원인은 당초 공사기간 3년을 2년으로 단축했기 때문이다. 3년에서 2개월도 아니고 1년을 단축한 공사가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는 없다. 1년 단축 원인은 각자 추측해 보기로 하자.
 
「건설공사 제도개선 및 부실대책」 마련

이 시점에서 회상하면, 독립기념관 신축현장 화재사고는 그 뒤 연이어 터져 수많은 국민들을 희생시켰던 간설안전 관련 대형 참사의 서막에 불과하였다.

아무튼 제40회 8・15 광복 대통령 경축행사가 열흘 앞두고 취소되었다. 독립기념관 건립공사를 주관했던 국토교통부는 사고관련자 처벌보다 사고원인 규명 및 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급했다.

그 시절에는 정부예산으로 발주되는 공공 시설공사는 해당 발주기관의 공무원 감독관이 「감독자업무지침」에 의해 현장관리하고 민간에서 발주되는 일반 건축공사는 정부가 인・허가 등의 업무를 맡되,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설계~시공감리~시공을 완료하면 준공허가 해주는 일련의 행정절차가 원칙이었다.

「건설공사감독자업무지침」 국토해양부훈령 제270호 制定
공사감독자의 공사단계별 업무 : 착수준비, 공정관리, 품질관리, 안전・환경관리, 자재관리, 설계변경, 시공계획서의 검토・확인, 공사관련 서류의 검토・확인, 준공처리, 인계・인수 등
공사감독자의 기타 업무 : 현장 건설기술자 관리, 하도급 관리, 지역민원 협의, 관계기관 협의 등


국토교통부는 독립기념관 화재사고 이후, 공공 건설공사에 대한 현장관리 시스템에서 그 사고의 원인과 문제점을 찾고 있었다. 그 시설 만연하고 있는 건설업체의 부실시공을 공무원 감독 시스템만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제도적인 한계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필요했다.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시공감리 제도의 도입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 건설공사의 시공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공사 제도개선 및 부실대책」을 마련, 공공 건설공사 발주기관 공무원의 감독 역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건설현장에 대한 시공감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새로운 건설산업 정책을 구상하였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1987년 10월 24일 「건설기술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시공감리 규정을 도입하였다.

「건설기술관리법」 법률 제3934호(1987.10.24.) 制定
건설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여 기술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건설기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관리와 품질향상을 기하기 위하여 건설기술의 연구・개발기반과 관리체제를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제정한다.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시공감리 업무의 범위
공사감독자의 공사단계별 업무 : 착수준비, 공정관리, 품질관리, 안전・환경관리, 자재관리, 설계변경, 시공계획서의 검토・확인, 공사관련 서류의 검토・확인, 준공처리, 인계・인수 등
공사감독자의 기타 업무 : 현장 건설기술자 관리, 하도급 관리, 지역민원 협의, 관계기관 협의 등


「건설기술관리법」에서 ‘시공감리’라 함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하는 일정한 건설공사에 대하여 공사계약당사자가 아닌 일정한 자격이 있는 제3자가 당해 공사의 설계도서 기타 관계서류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시공감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갖춤으로써 국내 건설산업의 해외 지향적인 육성정책의 초석을 놓았다고 본다. 즉, 종전의 시공현장 중심에서 조사・기획・설계분야까지 확장시켜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시공감리가 엔지니어링의 전부는 아니지만)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서 국토교통부는 건설시장 개방 등의 건설환경 변화에 부응하여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실공사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건설업법」을 1996년 12월 30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전부개정하였다. 이로써 「건설기술관리법」 제정에 따른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여 건설산업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였다.

「건설산업기본법」 법률 제2851호(1976.4.1.) 전부改定
건설공사의 조사ㆍ설계ㆍ시공ㆍ감리ㆍ유지관리ㆍ기술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건설업의 면허 및 등록, 건설공사의 도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산업의 범위에 기획・설계・감리・시공・사업관리 및 유지관리 등을 포함하여 정의함으로써 건설산업에 관해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률을 적용토록 하여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업역에 관해 다른 법률에 대한 일반법의 지위를 갖추도록 법률 체계를 갖추었다.
 
「건설기술관리법」의 시공감리와 기술사 역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시공감리가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그러나 「건축법」에서는 1963년 제정될 당시부터 시공감리의 업무를 건축사의 고유 업무 중의 하나로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었다. 뒤늦게 제정된 「건설기술관리법」에서는 시공감리의 업무가 기술사의 고유 업무로 규정되지 않고 “일정한 자격이 있는 제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건설기술자에게 개방되었다.

국토교통부는 기술사와 기사 1급 자격 소지자만이 공공건설공사 현장대리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는 「건설업법」을 1976년부터 10년 이상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국가기술자격 소지자’의 공급난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기술사는 물론 기사1급 자격 취득자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높은 연봉을 지불해야 한다는 고충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었다. 1986년 독립기념관 화재사고에서 무자격 전기 기능공이 일할 수 있었던 배경도 자격 소지자의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 과학기술부(한국기술사회)가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시공감리가 처음 도입될 때 시공감리 제도에서 기술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주장하지 않았던 이유를 검색해 보았지만 의미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1976년 과학기술부 소관 「기술사법」이 폐지된 상황에서 1981년 고용노동부 소관 「국가기술자격법」만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1987년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될 즈음에 과학기술부로서는 시공감리 도입과 기술사의 역할을 연계시켜 검토의견을 제시할 법적 근거마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시공감리 도입 5년 후인 1992년 뒤늦게 「기술사법」이 부활되어 다시 제정되었건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만약, 과학기술부가 1973년 「기술용역육성법(現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제정과 1981년 「국가기술자격법」 제정을 별도로 입법예고하지 않고 「기술사법」에 기술용역업 등록 규정과 함께 기술사에 기사 등급까지 포함하는 자격 규정을 모두 담아서 전면개정 했다면, 그 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궁금하다.

아마도 과학기술부가 노벨과학상을 향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저력을 갖추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앙행정기관을 떠돌아다니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건설산업을 해외 지향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민간부문은 「건축사법」에서 건축사 및 건축사보를 배출하고 공공부문은 「기술사법」에서 기술사 및 기사를 배출하는 총제적이고 균형적인 건설인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에 하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독립기념관 화재사고를 계기로 시공감리가 도입될 때 과학기술부(한국기술사회)는 기술사를 많이 배출함으로써 기술사의 업무 영역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또 놓쳤다고 본다.

그로부터 18년의 세월이 흐른 1994년 책임감리 제도가 도입될 때 시공감리에 적용된 ‘일정한 자격이 있는 제3자’라는 용어가 ‘학・경력인정기술자’로 바뀌었을 뿐 의미는 같다. 이름만 바뀌어 다시 태어나기 전에 막았어야 했다.

두 번째 기회를 놓친 후 오늘날 “역량지수 등급체계”를 반대해 본들 너무 늦었다.


白頭 박효성 건설기술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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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60~85㎡ 주택비율 30~50%로 높여…고급화 전략2022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예정물량 44% 쏟아낸다 내년 7월부터 2022년까지 경기도 하남 교산지구 등 3기 신도시와 과천지구,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6만 가구에 대.. 박병기 기자 | 국토와교통 2020년 10월호(435호)
“태릉골프장 부지에서 2000가구 등 서울 총 1만가구 사전 청약 목표”

국토교통부 김흥진 주택토지실장 “태릉골프장 부지에서 2000가구 등 서울 총 1만가구 사전 청약 목표” 공공분양주택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실시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알짜지역으로 거론됐던 태릉골프장, 과천청사부지 등이 대상에 빠진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교통.. 박병기 기자 | 국토와교통 2020년 10월호(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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