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현 역사소설] 단재 신채호 (30) 웅혼한 조선사 복원 조병현 박사 입력 2025/02/28 (금)  청전 조병현 박사 역사소설 단재 신채호 : 제3화 웅혼한 조선사 복원(13) 인격적 자주성 없는 노예적 습성을 버려라! 단재는 역사의 개조에 대한 의견을 계속 피력한다. 역사학 자료에서 사라진 것을 찾아 넣고 빈 곳을 채워 넣고 거짓된 것을 없애버리고 왜곡된 곳을 가려내는 방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이것을 편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과거의 틀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역사의 개조는 가장 먼저, 맥락[系統]을 찾아야 하고, 그 다음 상호 관련성[會通]을 규명하고, 지나친 국수주의를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상, 본색의 보존에 대하여 설명한다. 고대 이래 역사학자들의 논쟁거리인 ‘개인으로부터 사회가 나오느냐? 사회로부터 개인이 나오느냐?’에 대하여 세종과 퇴계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세종과 태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선생님, 사회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러기요. 사회로부터 개인이 나온 경우를 말한 것이오.” “더 쉽게 말씀해주십시오.” “경부! 잘 들어보기요. 수백 년간의 문학·미술의 발달로 인해 삼국 말엽부터는 기존의 소도나 불교 신앙이 더는 영적 위안을 줄 수 없게 되자 사회가 오랫동안 새로운 사상을 갈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신라 진흥 대왕이나 고구려 연개소문이 종교 통일의 방안을 모색하게 된 거요.” “영랑과 원효의 사상이 지배했다고 했습니다.” “영랑이 도령(徒領)의 노래를 부르고, 원효가 화엄의 사상을 펼치고 최치원이 유·불·선을 약간씩 혼합하는 신통한 재주를 보여줬어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세 사람을 환영했습니다.” “그러기요. 이것도 영랑·원효·최치원의 재주로 이룬 게 아니라 사회가 이룬 것이오.”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럴 수도 있어요. 원효는 신라에서 태어났기에 원효가 될 수 있었고, 퇴계는 조선시대에 태어났기에 퇴계가 될 수 있었지 않겠어요?” “그거야 그렇습니다.” “만약, 이들이 그리스 철학의 토양에서 태어났다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현대 프랑스나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앙리 베르그송이나 루돌프 오이켄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찌 생각하오?”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재주와 위대한 전략을 품은 나폴레옹일지라도 도포 입고 「대학」을 읽던 100년 전 도산서원 부근에서 태어났다면, 송시열이나 홍경래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기본적인 면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기오.” “개인이 사회라는 풀무에서 생겨난다는 선생님 말씀은 옳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본성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개인의 본성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기오.” “만약 개인의 본성이 없고 사회도 본성이 없다면, 역사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개인이나 사회의 고정적인 본성 같은 것은 없고, 환경과 시대에 따라 본성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기오.” “개인과 사회의 본성이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조선·만주·몽골·터키·헝가리·핀란드는 3000년 전에는 틀림없는 동족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했습니다.” “아시아에 남기도 하였지만, 우리는 밝음을 찾아 동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하여 터키·헝가리·핀란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로 갈린 것이오.” “그렇습니다.” “일부는 반도로, 대륙으로, 사막으로, 옥토로, 온대로, 한대로 나뉘면서 지리적 원근이 갈린 것이오. 목축이냐, 농업이냐, 침략이냐, 방어냐 등의 생활 습속이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뀜에 따라 더욱더 벌어져 각자의 특성을 갖게 된 것이오.” “다시 말하면, 촌수가 멀어졌습니다.” “그러기요. 이것이 환경에 따라 성립하는 민족성이오.” “환경에 따라 다른 습성을 가지게 됐다는 말씀이십니다.” “같은 조선 내에서도 마찬가지요.” “범위를 줄이면 됩니다.” “조선은 고려와 다르고, 고려는 동북국, 발해와 다르고, 동북국 시대는 삼국 시대뿐 아니라 단군왕검·부루단군 시대와도 다른 기오.” “시대에 따라 민족성이 달라진다….” “멀리 보면 천년의 앞과 끝이 다르고, 가까이 보면 100년의 앞과 끝이 다른 기오.” “앞으로는 더 빨라지지 않겠습니까?” “몰라요. 이처럼 사회성은 시대에 따라 성립하는 기오.” “그러면 원효와 퇴계가 서로 뒤바뀌어 태어났다면, 원효는 유학자가 되고 퇴계는 승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니오. 활력 넘치는 원효더러 주자의 법도나 준수하는 퇴계가 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 될 기오.” “불가능합니까?” “보기요. 퇴계더러 불교의 일파를 수립한 원효가 되라고 하는 것도 역시 불가능한 요구가 될 기오.” “무슨 까닭입니까?” “시대와 환경이 인물을 배출하기는 하지만, 인물이 시대와 환경을 이용하는 능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오.” “선생님,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은 민족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러기요. 민족도 개인과 똑같은 기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갑 민족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을 민족도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 있었다면 똑같은 성과를 거두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됩니까?” “일반적으로 개인과 민족은 두 가지 성질을 가진 기오.” “무엇입니까?” “하나는 항성(恒性), 불가변성이고, 하나는 변성(變性), 가변성이오. 항성은 제1의 특성이고 변성은 제2의 특성이오.” “두 가지 성질에 따라 민족성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기요. 항성이 많고 변성이 적으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절하고, 변성이 많으면 우월한 자의 공격을 받고 패망하는 기오. 두 가지 특성을 조절하여 중용을 취하고, 천지처럼 장구한 생명력을 얻어야 하므로 역사를 통해 민족적 통찰을 얻어야 하는 기오.” “잘 알겠습니다.” 경부는 이야기가 길어 한꺼번에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시대와 환경의 관계에 대하여 이해하였다. 단재는 경부의 자신 없이 답변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였다. “경부, 역사의 개조에 대해 결론을 말하겠소.” “네, 선생님!”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얻은 두 가지는 첫 번째로, 사회가 안정적일 때는 개인이 능력을 발휘하기 곤란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가 안정적이지 않을 때는 개인이 능력을 발휘하기 쉽다는 것이 나의 우견인 기오.” “역사를 통해 민족적 통찰을 얻어야 한다는 것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나의 우견에 대해 보충하면, 정여립은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라는 유교 윤리관을 단칼에 말살하였소.” “정여립이라 하면, 조선 중기의 문신 말씀입니까?” “그러기요. 그는 ‘백성에게 해로운 군주는 시해할 수 있고, 본분을 다하지 않는 남편은 버릴 수 있다’라고 한 기오.” “당시 윤리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기요. ‘천심과 인심이 주나라를 떠났건만 주나라를 받들어 무엇하며, 민심과 토지가 조조와 사마의에게 돌아갔건만 한쪽 구석을 차지한 유비의 정통을 받들어 무엇하랴!’라고 말하면서 공자·주자의 역사관을 반대한 기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의 제자 신극성 등은 ‘이전의 성인들도 하지 않은 말씀’이라 했고, 재상과 학자 중에는 정여립에게 기우는 사람이 많았소.” “사회적으로 받아들였습니까?” “핵심을 경부가 짚은 기오.”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종대왕의 삼강오륜이 깊이 뿌리박히고, 퇴계 선생의 군주와 성인에 대한 존숭이 자리를 굳힌 탓에 사회적으로 이미 안정된 지 오래된 터라 이런 분위기에서 불쑥 튀어나온 혁명적 학자를 누가 용납하리오. 결국, 애매한 고발장에 의해 머리와 몸이 나뉘고,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저서마저 불태워졌으니, 위의 첫째 유형에 속하는 사례요.” “그때가 선조 22년입니다. 역모자로 몰리자 자결한 것으로 「선조실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가 안정적일 때는 개인이 능력을 발휘하기 곤란하다는 것이오.” “잘 알겠습니다. 가렴주구와 사치를 일삼았던 신극성도 정여립의 생각을 따르지 않았으니 그 당시 사회상을 알 듯합니다.” “자~ 이제 최치원의 사례를 말하겠소.” “말씀해주십시오.” “최치원이 지나로 유학을 떠날 때 그의 아버지는 ‘10년 이내에 급제하지 못하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최치원이 성공하고 귀국한 뒤 ‘무협중봉(巫峽重峯)의 나이에 중국에 가서, 은하열수(銀河列宿)의 나이에 동국으로 금의환향했다’라고 노래함으로써 자신이 지나에서 학문을 마친 사실을 자랑한 기오.” “선생님, ‘무협중봉의 나이’라면 언제를 말합니까?” “좀 어려운 말이네만, 12세를 말하는 거요. 무협은 양쯔강의 3대 협곡이며, 협곡 양쪽의 봉우리 중에 열두 개가 가장 유명하기 때문에 12세를 가리키고, 은하열수는 28세를 말하는 기오.” “그렇습니까?” “당시 그는 한나라나 당나라에만 사상이 있는 줄 알고 신라에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오.” “그럴 리가….” “유교 경전과 불경은 관통했지만 자기 나라 고서는 한 편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머릿속은 조선을 지나화하려는 생각뿐이었소.” “선생님께 처음 듣습니다.” “그의 예술은 청천(靑天)을 백일(白日)에 대비시키고 황화(黃花)를 녹죽(綠竹)에 대비시키는 사륙문에나 능할 뿐이오.” “사륙문은….” “네 글자와 여섯 글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문 문체의 하나를 말하는 기오.” “환경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뜻입니까?” “당시는 영랑·원효 두 파의 영향력이 약해진 때라 새로운 인물에 대한 수요가 마치 배 굶은 자가 밥을 갈구하는 것과 같을 때였소. 그래서 일개 중국 유학생한테 큰 스승의 칭호가 돌아가고, 그에게 문묘 배향의 영예까지 돌아간 것이오.” “성균관은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곳인데 최치원도 배향되어 있습니까?” “성균관은 내가 공부한 곳이라 잘 아는데 48명의 성인이 함께 모셔져 있는 기오.” “일개 유학생에서 큰 스승이 되었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최치원이 영랑·원효 두 파벌과 맞상대할 정도까지 되었어요. ‘때만 잘 만나면 더벅머리 아이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것이오. 이것이 둘째 유형에 속한 기오.” “사회가 불안정한 국면에서는 개인이 능력을 발휘하기 쉽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최치원(崔致遠. 857~908년 이후?)은 신라 말기의 문신, 유학자, 문장가이다. 본관은 경주이고 자는 고운이며, 시호는 문창이다. 6두품으로 12세에 당에 유학하여 6년 만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당 전역에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귀국 직후 당에서 쓴 「계원필경(桂苑筆耕)」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 문집으로 꼽히며, 「삼국사기」의 「난랑비서(鸞郎碑序)」는 신라 화랑도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헌강왕 10년(884년) 음력 10월 신라 사신으로서 회남에 왔던 김인규와 고국 소식을 전해 온 사촌 동생 서원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는데 회남을 출발한 신라의 배는 풍랑으로 유산에서 바람이 멎기를 기다렸고, 곧 겨울이 되어 곡포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헌강왕 11년(885년)에야 신라에 도착하였다. 신라에서 그는 당에 보내는 국서를 진성여왕 8년(894년) 시무(時務) 10여 조(條)를 상소해서 아찬이 되었다. 시무 10여 조를 올린 시기에 최치원은 천령군(함양) 태수로 나가 있었는데 「동국여지승람」에 최치원의 관직을 “방로태감 천령군 태수 알찬”으로 기록하고 있다. 최치원은 귀족들의 거센 반발로 인하여 그 후 관직을 내놓고 난세(亂世)를 비관, 산림과 각지를 유랑하다가 경주 남산, 강주(현, 영주시)의 빙산, 합천 청량사, 지리산 쌍계사, 합포현의 별서 등에서 은거하다가 마지막에 가족을 데리고 가야산 해인사로 들어가 은거하였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쳤다. 고려 현종 때 내사령에 추증되고 현종 14년에 문창후(文昌侯)라는 시호가 추증되었으며, 문묘에 종사 되었다. 경주의 서악서원, 태인 무성서원, 영평 고운영당, 함양 백연서원 등에 제향 되었다. 함양군에는 최치원이 태수로 재직하던 당시 올라가 노닐었다는 학사루가 있고,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는 함양 상림이 있다. 부산 동백섬 일대의 경관에 반한 최치원은 자신의 호 ‘해운’을 따서 그 지역 지명을 해운대라고 붙였다. 최치원이 직접 새겼다는 ‘海雲臺’ 석각도 동백섬 절벽 한쪽에 남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치원의 동상과 시비가 동백섬 언덕에 서 있다. 경주최씨의 시조이다. “최치원을 통해 당시 학계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사가 다 그런 기오.” “그렇습니다.” “기훤과 양길이 일거에 웅비한 것은 신라 말의 상황이 불안했기 때문이고, 이징옥과 홍경래가 조용히 패망한 것은 조선이 아직은 견고했기 때문이오.” “이징옥은 김종서 장군과 4진 개척에 심혈을 기울인 무신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계유정난 후 파직당하자 종성에서 ‘대금황제(大金皇帝)’라 자칭, 도읍을 오국성(五國城)에 정하고 격문을 돌려 여진족의 후원을 받아 반란을 일으킨 기오.” “두 번째로 일어난 큰 반란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대사상에 젖었던 당시 조선인으로서 황제를 칭한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오.” “홍경래 때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그러기요.” “조선 후기 사회가 가진 모순을 깊이 인식한 뒤, 사회변혁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거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낙방한 뒤 풍수로서 각지를 전전하며 백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면서 사회모순에 대한 인식하게 되었고, 풍수로서 부호의 집을 드나들며 반란을 모의한 기오.” “향촌에서 성장한 세력과 상인·양반 지식층까지 끌어들였지 않습니까?” “특히, 1811년 극심한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틈을 타 난을 일으켜 초기에는 평안도 일대를 점령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관군에게 패하면서 총에 맞아 사망한 기오.” “아직 사회가 견고했다는 뜻입니다.” “사회모순을 깊이 인식하였고, 하층 농민들의 반봉건적인 저항을 대변했지만, 경부의 말 대로 사회가 견고했기 때문에 실패한 기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경부! 시인 임제를 아는가? 임제는 ‘나도 지나의 위진남북조 시대나 오대십국 시대를 만났다면, 돌림 천자 하나쯤은 해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뜻으로 이해하는 기오?” “난세에는 천자를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위진남북조시대는 서기 3세기에서 6세기까지가 혼란한 시대를 말한다. 후한의 중앙집권이 약해지면서 위·촉·오 삼국으로 분열됐는데, 이 시대를 삼국 시대라고 한다. 그 뒤에 북방의 5대 유목민족이 북중국을 차지해서 16국을 세우고, 기존의 한족은 남중국으로 밀려나갔는데, 이 시대를 오호십육국 시대라고 한다. 이런 혼란이 수습되면서 북중국과 남중국에 원칙상 각각 하나의 대규모 왕조가 들어섰는데, 이 시대를 남북조시대라고 한다. 남북조시대의 분열을 수습하고 통일 중국을 만든 나라가 수나라이다. 삼국 시대와 오호십육국 시대, 남북조시대를 통틀어 위진남북조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오대십국 시대는 당나라가 멸망하고 송나라가 세워지기 전까지 북중국에서 다섯 개의 왕조가 세워지고, 남중국에서 열 개의 왕조가 세워진 시대를 말한다. 907년에서 960년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 돌림 천자가 있습니까?” “위진남북조 때 송나라를 건국한 유유나 오대십국 때 후량을 건국한 주전충 같은 반란군 수뇌가 되어 돌림 천자라도 할 수 있는 기오.” “그렇다고 임제 같은 시인이 돌림 천자를 하겠습니까?” “돌림 천자를 할만한 역량이 임제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는 기오.” “그렇습니다.” “중국 천자가 되려면 아무래도 한나라 시대 같은 안정기보다는 위진남북조나 오대십국 시대 같은 난세가 더 쉽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인 기오.” “난세가 개인 능력을 발휘하기 쉽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안정적인 시대의 인물은 이전 사람들의 길을 따라가면서 조금만 고치고 넓히면 되는 기오.” “당연히 높은 자리에 오를 기회가 많겠지요.” “그렇다고 큰 공이나 큰 죄를 짓기도 쉽지 않은 기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안정기에 정여립 같은 혁명적인 인물이 나오면, 항상 실패를 겪게 되는 기오.” “그래도 후세에 선생님이 알아주지 않습니까?” “이런 인물은 사회적 증오와 질시를 받아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마는 게 역사요. 그래서 후세에 끼치는 영향도 거의 없지만, 300년이나 500년 뒤에 어쩌다 한두 명의 지음(知音)이 나타나면 그제야 칭송을 듣게 될 뿐이오.” “예외로 반대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기요.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창조적이고 혁명적인 인물이 두각을 보이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 니요. 최치원처럼 작은 칼로 세공이나 하는 하급 재주꾼도, 외국인을 모방해서 말하고 웃고 노래하고 곡하면 힘들이지 않고도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오.” “그것은 인격적 자주성 없이 노예적 습성이지 않습니까?” “노예적 습성을 발휘하는 이들은 민족적 특성을 매몰시키고 혼란만 조장하는 몹쓸 물건들이기 때문에 사회를 지키려면 이런 이들을 꼭 경계해야 하고, 큰 인물이 되고자 한다면 이런 자들을 경계해야 하는 기오. 명심하기 바라오.” 단재는 지금까지 역사의 정의와 조선 역사의 범위, 역사의 3대 원소와 조선 구사의 결점, 구사의 종류와 그 득실 평가, 사료의 수집과 선택, 역사서의 개조에 대한 주장을 길게 밝혔다. 청전 조병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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