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공사대금 직접청구 어렵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8/07/05 (목)



대법원 2017.12.13. 선고 2017다242300 판결

들어가며
원사업자의 지급정지 파산 등 사유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 공사대금의 직접 지급을 발주자에게 요청하는 경우 또는 하도급 공사대금의 직접 지급에 관하여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자신에게 직접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
 
수급사업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받을 당시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이미 변제로 소멸한 상태인 경우에도 발주자의 수급사업자 등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더불어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착오를 일으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한 경우, 발주자가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된다. 이 사건 공사는 원고 A(발주자) → 피고 B건설산업(원사업자) → E건설, F건설 등(수급사업자) 순으로 도급 내지 하도급되었고 위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원고 A(이하 ‘원고’)는 2012년 12월 12일 D건설 주식회사(이하 ‘D건설’)와 사이에 ‘OOOO 시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총 공사부기금액 129억 3000만원, 총 공사기간 2012년 12월 12일부터 2013년 12월 15일까지로 정하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위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변경계약이 체결되었다.

D건설은 2012년 12월 17일경 이 사건 공사에 착공하였으나 2014년 10월 22일 D건설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이후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었다. D건설의 관리인이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2014년 12월 11일 원고에게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후 D건설에게 지급한 공사대금과 하도급법 제14조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 따라 D건설의 수급사업자 또는 하수급인, 건설기계 대여업자 등에게 직접 지급한 공사대금의 합계액은 121억 1415만 6680원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을 인도받아 2015년 7월 1일 타절기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공사 중단 당시의 기성고 비율은 89.9%, 이에 따른 공사금액은 116억 3118만 6818원이었다.

원고가 기성고 비율에 따른 공사금액을 초과하여 지급한 4억 8296만 9862원(= 12,114,156,680원-11,631,186,818원) 중 1억 836만 7462원은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 전에 피고에게 지급한 것이다. 반면 나머지 3억 7460만 2400원은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 후에 수급사업자인 E종합건설 주식회사의 채권양수인들 및 건설기계 대여업자인 주식회사 F건설기계상사(이하 수급사업자를 통틀어 ‘F건설 등’이라 함)가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제4항, 제35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발주자인 원고에게 하도급대금 등의 직접지급을 요청하여 원고로부터 직접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받은 것이다.

한편 원고는 당초 D건설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사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D건설은 원심 계속 중인 2017년 4월 20일 ‘주식회사 H산업’으로 상호가 변경되었고 주식회사 H산업은 2017년 8월 31일 피고 주식회사 B건설산업(이하 ‘피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각하하였다.
F건설 등의 피고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은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것으로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원고가 이 사건 회생절차 개시 후에 피고를 대신하여 이를 변제함으로써 구상권 또는 변제자대위권을 취득하더라도 위 채권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인 ‘부당이득으로 인하여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에 대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원심은 위 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함에도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으로 신고되지 않고 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지 않은 채 회생계획이 인가되었으므로 피고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책임을 면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후에 F건설 등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 등에 관한 원심의 판단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F건설 등이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제4항, 제35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발주자인 원고에게 하도급대금 등의 직접지급을 요청하자 이에 응하여 원고는 이들에게 하도급대금 등을 직접지급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F건설 등으로부터 하도급대금 등의 직접지급을 요청받았을 당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이미 변제로 소멸하였으므로 그 이후에 F건설 등이 하도급대금 등의 직접지급을 요청하였더라도 원고의 F건설 등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F건설 등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착오를 일으킨 나머지 F건설 등에게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하였다.
 
이는 원고가 F건설 등에 대한 자신의 직접지급의무를 이행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 타인의 채무인 피고의 F건설 등에 대한 하도급대금 등의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는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자기의 채무로 잘못 알고 자기 채무의 이행으로서 변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F건설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구하는 F건설 등에게 지급한 하도급대금 등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는데 그 이유는 위 채권이 회생채권에 해당함에도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으로 신고되지 않고 채권자목록에도 기재되지 않은 채 회생계획이 인가되었으므로 피고가 채무자회생법 제251조에 따라 책임을 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심판단은 잘못되었지만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원심판결을 상고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한다.
 
판결의 의미
하도급법 제14조 제4항은 “제1항에 따라 발주자가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때에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하도급금액은 빼고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하도급법 시행령 제9조 제3항은 “발주자는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범위에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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