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도급계약 제대로 해제되었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8/09/04 (화)


 
대법원 2016.12.15. 선고 2014다14429, 14436 판결
 
들어가며
갑과 을이 일정한 제작물의 제작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갑은 을이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을이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납품을 하지 못하자 갑이 이행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하였다. 이 경우 갑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이행 최고)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으로 보아 이행 최고 없이 해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피고 B(이하 ‘피고’)는 2010.11.2 원고 A주식회사(이하 ‘원고’)와 사이에 FIN PRESS DIE 7파이 24열 2피치 금형세트(이하 ‘이 사건 1 금형’) 및 FIN PRESS DIE 3/8“ 12열 1피치 금형세트(이하 ‘이 사건 2 금형’)를 대금 1억 4000만원에 2011.3.15까지 공급하기로 하되, 계약금 7000만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잔금 7000만원은 금형 설치 이후 시운전 완료 및 하자이행증권 교부 이후에 각 지급받기로 하는 금형제작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2010.11.30 액면금 5390만원, 지급장소 중소기업은행, 지급기일 2011.3.31로 된 약속어음을 교부한데 이어 2010.12.2 현금으로 2310만원을 송금해 주었다.
원고는 2011.4.18 피고로부터 이 사건 2 금형을 인도받았으나 이 사건 1 금형에 대한 제작이 지연되자 2011.5.4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 중 위 1 금형 부분에 대한 계약해제를 통보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1.5.9 약 70% 정도 완성되었다는 통지를 한 이후 2011.5.24 이 사건 1 금형을 원고에게 인도하려 하였으나 원고는 위 금형이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인 데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며 그 수령을 거부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본소청구로서 ①이 사건 1 금형 부분에 대한 계약이 해제된 이상 원고가 지급한 7000만원 중 이 사건 2 금형에 대한 공급대금 4950만원을 공제한 2050만원을 원상회복의무에 기한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책임이 있고, ② 이 사건 2 금형의 납품 지연에 따른 2610만원{45,000,000원 × 1/1,000 × 58일(2011.3.16 - 2011.5.12)}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부당이득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6조는 그 해제사유로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와 경영상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여 제작을 완료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 원고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등 2가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후자의 해제사유는 법정해제권 이외의 별도의 해제권을 유보하는 특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전자의 해제사유는 피고가 채무불이행한 경우 원고에게 해제권이 있다는 규정으로서 실질에 있어서는 채무불이행 이외의 별도의 해제권을 유보하는 특약을 한 것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법정해제권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의 2011.5.4자 해제통지의 전체적인 의미도 피고의 계약불이행으로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라 할 것이므로 원고가 한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특별히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법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한 해제의 의사표시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이행의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데 원고가 2011.5.4 피고에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였다거나 또는 최고를 하지 않고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원고가 한 위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관하여 협상을 거쳐 위 해제권에 관한 특별조항을 둔 것이고 그 내용도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든가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 상환에 의한 해제 등 일반적인 해약권 유보조항과는 다르다. 그리고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이 피고의 제작완료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권에 대하여만 규정하였다.
 
또한 해제사유로 피고가 납품기한을 준수할 수 없거나 경영상 중대 사태로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를 특정하여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경영상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여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는 그 성질상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의 최고를 할 필요나 실질적 의의가 없을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하나의 계약조항에서 함께 규정한 나머지 해제사유인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행의 최고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6조 중 ‘원고는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도급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하고 해제절차에서도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경우와 달리 정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해제 조항을 특별히 명시하게 된 경위와 취지, 피고가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이 사건 1 금형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구두로라도 이행의 최고를 하였는지 여부, 서면에 의한 이행의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 해제 통보를 한 이유 등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계약해제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약정해제권의 유보 및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판결의 의미
도급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이는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 등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해제절차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있고, 계약 목적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해제사유를 정해 두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계약상 해제권 관련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결되는 바,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그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대법원 판결은 원고와 피고가 금형 제작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원고는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피고가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납품을 하지 못하자 원고가 이행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하고 해제절차에서도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경우와 달리 정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당사자의 의사해석 상 위 도급계약서의 계약해제조항은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 도급계약의 해제권 관련 조항을 당사자 사이의 약정해제권 유보로 본다면, 약정 해제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에서 정한대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 이유를 명시하여 통지함으로써 계약 해제의 효력이 제대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해제 이전에 이행의 최고를 요하지 않을 것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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