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상가분양대금, 반환은 누가?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8/10/04 (목)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3다55447 판결
 
들어가며
상가 분양자인 갑 주식회사가 수분양자 을과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갑 회사는 병 주식회사와 체결한 분양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채권을 병 회사에 양도하였고, 수분양자인 을이 이를 승낙하여 분양대금을 전부 병 회사의 계좌로 납입하였다.
 
그후 을이 일정한 사유에 기하여 분양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또는 분양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으로 을이 납부한 분양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분양계약의 당사자인 갑과 분양대금을 수령한 병 모두를 상대로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갑만이 반환청구의 상대방이고 분양관리신탁계약을 맺고 분양대금을 수령한 것에 그친 병은 반환청구의 상대방이 아닌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피고 B주식회사(이하 ‘피고 B’)는 OO시 OO구 소재의 ○○○○○○○센터(이하 ‘이 사건 상가’)를 건축하여 분양한 시행사이고, 피고 C주식회사(이하 ‘피고 C’)는 피고 B로부터 이 사건 상가의 부지인 OO시 OO구 주차장 5582.10㎡(이하 ‘이 사건 상가 부지’)를 신탁받은 수탁자이다.

피고 B와 피고 C는 2008.12.17 이 사건 상가 부지에 관하여 대리사무계약 및 분양관리 신탁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피고 B는 2008.12.12 OO시에 이 사건 상가의 착공신고를 하고 2009.2.16 공사에 착공하여 완공한 다음 2010.3.26 OO시로부터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사용승인을 받았다.

원고들은 매도인인 피고 B와 이 사건 상가 내의 점포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 B와 사이에 분양받는 각 점포 면적에 비례하여 이 사건 상가 3, 4층에 위치한 주차장(이하 ‘이 사건 주차장’) 중 각 일부를 함께 분양받되 위 주차장에 관한 공유지분을 이전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른 각 분양대금을 피고 C 명의의 계좌로 납입하였다. 그후 원고들은 분양받은 이 사건 상가 중 해당 점포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분양받은 주차장 중 각 일부에 관하여 지분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B와 피고 C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분양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를, 예비적으로 분양계약의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면서 분양대금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분양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는 기각하였으나 예비적 청구(분양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일부 인용하였다.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은 원고들의 이 사건 상가 중 각 분양받은 점포 취득을 주된 취지로 하는 것으로, 그와 함께 체결된 이 사건 각 주차장 분양계약에 기하여 원고들이 분양(확정)받은 이 사건 상가 3층 주차장 부분과 관련하여 피고 B가 그 약정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이를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상가 중 3층 주차장 부분에 관한 원고들과 피고 B 사이의 약정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부수적 채무에 불과할 뿐이고 주된 채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은 피고 B의 위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이 이를 원인으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및 주차장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한편 피고 B는 처음부터 3, 4층 주차장을 상가에 부속하는 주차장으로 분양할 수 없다는 사실 및 이 사건 상가 주차장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상가 분양광고 등에 실릴 평당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1층 상가에 비하여 분양가가 현저히 낮은 주차장 면적을 1층 점포 면적에 포함시켜 1층 상가의 분양가를 산출하였고, 이 사건 1층 상가의 평당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2/3에 불과하다는 분양광고에 현혹된 원고들로 하여금 주차장 면적이 포함된 이 사건 상가 1층 점포를 분양받도록 유인하기 위하여 3, 4층 주차장을 상가 부속전용 주차장으로 운영할 수 있다거나 주차장의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약정하였다.

피고 B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통상의 선전·영업활동을 넘어서서 피분양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정에 관하여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되기 어려운 정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분양계약 및 이와 일체로 체결된 주차장 분양계약은 원고들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로써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주위적 청구를 기각당한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원심은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상가의 기본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원고들이 분양계약상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 이 사건 상가에 수산물유통센터로서의 구조적, 기능적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 B가 원고들로 하여금 이 사건 상가의 주차장 부분을 1층 상가를 위한 전용 부속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위 주차장 공간에 1층 상가 영업을 위한 창고, 경매장 및 업무시설 등을 설치한다고 약정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이 그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및 주차장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라 피고 C 명의의 계좌에 분양대금을 입금한 것은 이른바 ‘단축급부’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피고 C는 피고 B와의 이 사건 분양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른 변제로서 정당하게 분양대금을 수령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피고 C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원상회복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원심이 주위적 청구(분양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에 관하여 피고 B가 이 사건 상가를 수산물유통센터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본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거나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이 사건 상가의 주차장 부분에 상가를 위한 부대시설을 설치·구비하여야 할 의무를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이러한 판단과 상관없이 피고 C에 이 사건 각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므로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한편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예비적 청구(분양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일부 인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원고들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원고들에게 더 불리한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판결의 의미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즉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하여 법률상 원인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거나 그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제3자를 상대로 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자기 책임 아래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또한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본 대법원 판결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라 피고 C 명의의 계좌에 분양대금을 입금한 것은 이른바 ‘단축급부’에 해당하고, 분양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라 정당하게 분양대금을 수령하였을 뿐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 C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만약 피고 C가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 C는 분양대금 반환의무를 면할 수 있었으나 본 대법원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원고들만 상고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원고들에게 원심보다 더 불리한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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