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착공기한 넘기면 건축허가 취소되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8/12/06 (목)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2두22973 판결

들어가며
일정한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주가 어떠한 사정으로 공사 착수기간 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착공기한 내에 건물의 신축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였다가 뒤늦게 공사에 착수하는 경우 당해 건축허가는 취소되는 것인지, 그리고 허가권자의 위법한 공사중단명령이 개입되어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아울러 건물의 신축 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보려면 어느 정도의 공사를 개시해야 하는 것인지도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소외 1은 피고 OOOOO(이하 ‘피고’)로부터 2008.8.21 OO시 OO군 임야 1만 8352㎡(이하 ‘이 사건 임야’) 중 일부 지상에 대지면적 5930㎡, 건축면적 712.80㎡인 지상 1층 규모의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 1개 동에 관한 건축허가(이하 ‘이 사건 건축허가’)를 받은 후 2009.9.17 착공기한을 2010.8.21까지(이하 ‘이 사건 착공기한’)로 착공기한연장을 받았다.

원고 A(이하 ‘원고’)는 2010.1.5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임야와 이 사건 건축허가상의 지위 등을 19억 4000만원에 매수한 후 2010.1.22 건축주 명의를 소외 1에서 D 주식회사(원고가 경영하는 회사)로 변경하였다가 2010.2.5 건축주 명의를 위 회사에서 원고로 변경하였다.

원고는 2010.8.13 피고에게 착공신고서를 제출하였고 위 착공신고는 2010.8.16 수리되었다. 피고는 2011.1.10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착공기한까지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법 제11조 제7항 제1호에 따라 이 사건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착공기한 내에 착공신고가 수리된 이상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인 2010.12.8 이미 공사에 착수하였으므로(원고가 이 사건 건축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위법·부당한 공사중단명령 때문이었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에만 치우쳐 위 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손해 등을 비교형량하지 못하였고 위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그로 인하여 입게 되는 사익의 침해가 훨씬 더 크므로 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본 건 건축허가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가 행한 건축허가취소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건축법 제11조 제7항 제1호는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착공일이 1년을 경과하였다 하여도 이미 공사에 착수한 뒤에 있어서는 특별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한 착공일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 그리고 건축공사에 착수하였는지 여부는 획일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건축공사 진행계획, 건축공법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하고 건축공사에 착수하였다고 하기 위하여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위한 실질적인 공사의 실행이라 볼 수 있는 행위로서 축조할 건축물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부지를 파내는 공사, 즉 터파기공사 내지 굴착공사가 진행된 이후일 필요도 없다. 원고가 벌목작업을 완료한 다음 이 사건 임야에 대한 굴토작업을 시작하였다면 위 근린생활시설 건축 자체를 위한 터파기공사가 없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건축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할 만한 특별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는 이 사건 임야 일원에 공익사업으로 ‘동남권 핵 의·과학 특화단지’ 조성사업이 시행되는데 원고가 손실보상금을 노리고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였다는 점 외에는 이 사건 처분을 할 만한 특별한 공익상의 필요에 관하여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을 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 공익사업에서 손실보상금을 노리기 위하여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건축공사에 착수한 후 특별한 공익상의 필요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나아가 원고의 두 번째 주장, 즉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구 건축법 제11조 제7항은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허가를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가권자는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1년의 범위에서 공사의 착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착수기간이 지난 후 공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건축허가가 취소되기 전에 공사에 착수하였다면 허가권자는 그 착수기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건축허가를 취소하여야 할 특별한 공익상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

원고는 착공신고가 수리된 이후에도 연장된 착수기간인 2010.8.21까지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2010.12 초순경 시작된 이 사건 임야의 벌목과 굴토작업은 신축 건물의 부지조성 행위에 해당할 뿐 신축하려는 건물부지의 굴착이나 건물의 축조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착수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건물의 신축 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피고는 건축법령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착수기간이 지난 후 공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원고에게 아무런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구두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였으므로 이는 위법한 공사중지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건축허가가 취소되기 약 한달 전부터 벌목과 굴토작업을 시작한 원고가 이 사건 처분 시까지 건물부지의 굴착 등 신축 공사 착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피고의 위법한 공사중단명령으로 인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피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건축허가를 취소하여야 할 특별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착수기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심판결에는 공사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원고가 건물 신축 공사에 착수하였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한다.
 
판결의 의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허가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가권자는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1년의 범위에서 공사의 착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은 건축허가에 따른 행정목적이 신속하게 달성될 것을 추구하면서도 건축허가를 받은 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이므로 본 대법원 판결의 판시와 같이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건축허가가 취소되기 전에 공사에 착수하였다면 허가권자는 공사 착수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건축허가를 취소해야 할 특별한 공익이 인정되지 않는 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는 별다른 이유 제시 없이 구두로 공사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위법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기까지 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건축허가 취소처분 시까지 건물부지의 굴착 등 신축 공사 착수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원고가 착수기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면, 국민주택 건축시 그 복리시설의 하나로 어린이놀이터를 설치하기로 하였다가 동 어린이놀이터의 설치가 늦어져 여러 차례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명의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건축허가를 취소한 다른 사례에서도, 대법원은 이미 공사에 착수한 뒤에 있어서는 특별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한 착공일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건축허가를 받은 자가 건축허가가 취소되기 전에 공사에 착수하려 하였으나 허가권자의 위법한 공사중단명령으로 인하여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건물의 신축 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보려면 어느 단계의 공사가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되는 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축하려는 건물 부지의 굴착이나 건물의 축조와 같은 공사를 개시하여야 하므로 기존 건물이나 시설 등의 철거, 벌목이나 수목 식재, 신축 건물의 부지 조성, 울타리 가설이나 진입로 개설 등 건물 신축을 위한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작업이나 공사를 개시한 것만으로는 공사 착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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