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영리시설은 기반시설인가?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9/08/09 (금)



대법원 2018.7.24. 선고 2016두48416 판결
 
들어가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상 기반시설은 도시 공동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공급되어야 하지만 공공성이 커서 시설의 설치 및 관리 등에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시설을 뜻한다.
 
이와 같이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행정계획의 영역에서 어떤 시설이 국토계획법령이 정하고 있는 기반시설에 형식적으로 해당하고 공공필요성의 요청도 충족되는 경우, 그 시설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된다면 그 영리성으로 인해 기반시설에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동의를 받기 위해 토지소유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동의 대상 사업의 기본적인 정보가 토지소유자에게 제공된 경우 도시계획시설결정 이전에 받은 사업시행자 지정에 관한 동의의 효력은 어떠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OO지사는 2013.7.12 주식회사 L 및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으로부터 OO시, OO시, OO시 인근에 약 6만 6,000㎡ 면적의 OO아울렛 타운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투자제안서를 제출받고, 위 시의 시장들에게 유치의사를 통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 OO시장이 유치의사를 밝힘에 따라 피고 OO시장과 참가인은 상호간에 협의를 거쳐 피고 OO시장과 참가인 사이에 토지보상과 관련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참가인은 위 도시계획시설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받는 방법으로 OO아울렛 건립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위와 같은 투자유치 과정 및 이 사건 건립사업의 진행방법에 관한 협의에 따라 피고 OO시장은 2013.12.6. 참가인과 사이에 이 사건 건립사업에 관한 보상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OO시장은 이 사건 위·수탁계약에 따라 5차례에 걸쳐 이 사건 건립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토지의 소유자들에게 동의서 및 인간증명서를 제출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대규모점포 투자유치를 위한 토지소유자 서한문 발송’이라는 제목으로 발송하였다.

피고 OO시장은 2014.6.12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동의서 징구 절차를 통하여 이 사건 건립사업 예정지 토지소유자의 75%로부터 동의서를 받자, 2014.8.28 OO시 고시로 OO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변경을 결정·고시하고 그 지형도면을 승인·고시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처분 무효확인 청구, 수용재결 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국토계획법의 도시관리계획 및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규정체계, 문언, 그러한 규정들의 입법취지 등을 모두 고려하여 본다면, 민간사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데 있어 토지소유자들의 동의의 대상이 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이라 함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사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있기 전에 이루어진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는 동의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

다만 행정청은 도시관리계획에 대하여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전에 민간사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계획으로 도시계획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수도 있다. 그 경우 토지소유자들이 민간사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이를 전제로 한 도시관리계획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으로 남게 된다면 이는 불필요한 행정력의 소모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도시계획의 존재로 인하여 토지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도시계획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있기 전에 이루어진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라 할지라도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동의의 효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원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사전 동의 허용 여부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동의를 받기 위하여 토지소유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동의 대상 사업에 관한 정보는 해당 도시계획시설의 종류·명칭·위치·규모 등이고 이러한 정보는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시설결정 및 그 고시를 통해 제공되므로 토지소유자의 동의는 도시계획시설결정 이후에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계획시설결정 이전에 받은 동의라고 하더라도, 동의를 받을 당시 앞으로 설치될 도시계획시설의 종류·명칭·위치·규모 등에 관한 정보가 토지소유자에게 제공되었고, 이후의 도시계획시설결정 내용이 사전에 제공된 정보와 중요한 부분에서 동일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정도로 달라진 경우가 아닌 이상, 도시계획시설결정 이전에 받은 사업시행자 지정에 관한 동의라고 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토지소유자에게 앞으로 설치될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되었고 이후 도시계획시설결정이 동일성을 달리할 정도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동의가 도시계획시설결정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의가 무효가 됨으로써 이 사건 사업시행자 지정 결정에 하자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대규모점포’가 기반시설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
원심은 도시계획시설규칙 제82조 제1항에 규정된 ‘대규모점포’는 국민들의 행복한 삶의 추구에 보탬이 되는 기반시설로서의 가치가 인정되고 일반 시민에게 이용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상 공공필요성의 요청이 충족된다고 보아 사업시행자에게 영리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기반시설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규모점포’가 영리 목적의 시설로서 공공필요성이 없으므로 기반시설에 해당되지 않고 이에 따라 ‘대규모점포’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법률에 규정된 ‘유통·공급시설’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혹은 위 ‘대규모점포’ 규정 자체가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원심이 ‘대규모점포’도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기반시설의 개념,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위임범위 일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판결의 의미
국토계획법 제86조 제7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아닌 자(이하 ‘민간사업자’)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받으려면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인 토지의 소유 면적 및 토지소유자의 동의 비율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96조 제2항은 국토계획법 제86조 제7항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이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인 토지(국·공유지 제외) 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얻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계획법이 민간사업자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한 동의 요건을 둔 취지는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공공성을 보완하고 민간사업자에 의한 일방적인 수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업시행자 지정에 관한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동의를 받기 전에, 그 동의가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것이라는 동의 목적, 그 동의에 따라 지정될 사업시행자, 그 동의에 따라 시행될 동의 대상 사업 등이 특정되고 그 정보가 토지소유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토계획법령은 동의 요건에 관하여 그 동의 비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동의 시기 등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지방자치단체 등이 민간사업자 참여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동의 여부를 미리 확인한 뒤 그 동의 여부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동의 이후의 도시계획시설결정 내용이 사전에 제공된 정보와 중요한 부분에서 동일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정도로 달라진 경우가 아니라면 본 대법원 판결과 같이 동의의 시기에 있어 도시계획시설결정 이전에 받았다 하여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한편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은 도시 공동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공급되어야 하지만 공공성이나 외부경제성이 크기 때문에 시설의 입지 결정, 설치 및 관리 등에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시설을 의미한다.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행정계획 영역에서 행정주체가 가지는 광범위한 재량, 현대 도시생활의 복잡·다양성과 그 질적 수준 향상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어떤 시설이 다수 일반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보탬이 되는 기반시설로서의 가치가 있고 그 시설에 대한 일반 시민의 자유로운 접근 및 이용이 보장되는 등 공공필요성의 요청이 충족되는 이상, 그 시설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기반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영리목적의 ‘대규모점포’도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기반시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본 대법원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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