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도로구역결정, 재량의 정도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19/12/04 (수)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두35215 판결
 
들어가며
OO지방국토관리청에서는 국도건설공사를 위해 도로구역결정을 하였고 그에 따라 일정한 임야가 도로구역으로 편입되었다. 그런데 도로구역으로 편입된 위 임야에 매장된 지 얼마되지 않은 A의 모친 묘소가 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위 도로구역결정으로 인해 모친을 명당에서 추모하고자 하는 원고의 권리가 위법하게 침해된 것인지, OO지방국토관리청의 위 도로구역결정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피고 OO지방국토관리청장(이하 ‘피고’)은 2013년 7월 12일 OO지방국토관리청 고시 제20xx-xx호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도로구역 결정·고시(이하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를 하였다.
 
1) 도로구역결정 내용
 o 구분 : 결정
 o 종류 : 일반국도
 o 노선명 : 국도 OO호선(△△~□□)
 o 구간 : 시점 OOO / 종점 OOO
 o 총연장(km) : 6.32
 o 중요 경과지 : OO OO군 OO면
 o 구역결정 이유 : OO-OO 국도건설공사 시행
2) 사업시행기간 : 20xx. xx. xx. ~ 20xx. xx. xx.
3) 설계도서, 자금계획 등의 공람기간 및 장소
 o 공람기간 : 사업시행기간 내
 o 공람장소 : OO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 OO-OO 국도건설공사 감리단 사무실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으로 도로구역으로 편입된 OO OO면 (주소 생략) 임야 중 별지 도면 1, 2, 3, 4,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부분(이하 ‘이 사건 임야’)에는 원고 A(이하 ‘원고’)의 모친의 묘소가 있다.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으로 인하여 매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고 모친의 묘소가 도로구역에 편입됨으로써 모친을 명당에서 추모하고자 하는 원고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고, 원고의 항의에 따라 피고가 대안으로 작성한 노선(검토안)의 내용대로 도로구역결정을 한다면 원고의 권리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하여 2007년 10월 8일부터 2007년 11월 16일까지 주민공람을 실시하고 2007년 10월 16일 및 2007년 10월 17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구 환경등영향평가법 제6조에 따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관계기관으로부터 검토의견을 받아 이를 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포함시킨 후 2008년 12월 15일 구 환경등영향평가법 제17조에 따라 OOO유역환경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였다.

위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신설노선을 설치하는 안과 기존도로를 활용하는 안을 상정하여 장점과 단점을 비교한 후 신설노선을 설치하는 안이 OO산 사회·환경분쟁구간을 우회하고 국도건설공사 설계기준에 따라 도시계획구간을 우회하여 간선기능을 제고하며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 구간을 포함한 신설노선 전체 구간에 대하여 대기환경, 수환경, 토지환경, 자연생태환경, 생활환경 분야로 구분한 후 위 사업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자연환경, 생활환경 및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특히 ○○ 구간에 대하여 공사할 때 교량 파일항타, 건설장비 진동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음도, 완공 후 운영할 때 차량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음도, 경관 등 환경적 영향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예측한 후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위 사업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도로가 개설되는 구간에 있는 분묘 등의 이전이 불가피하므로 분묘이전비, 석물이전비, 잡비, 이전보조비 등의 합계액을 분묘에 대한 보상액으로 지급한다는 보상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을 통해 시행하고자 하는 도로건설사업과 관련하여 ○○ 구간을 포함한 신설노선 전체 구간에 대하여 구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 구 환경등영향평가법과 구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제반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였고,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둔 입법 취지에 비추어 그 내용도 충실하다고 보아야 하며, 원고의 주장과 같이 ○○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구 도로법 제24조에 의한 도로구역의 결정은 행정에 관한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하여 도로망의 정비를 통한 교통의 발달과 공공복리의 향상이라는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작용으로서 구 도로법과 그 하위법령에는 추상적인 행정목표와 절차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 도로구역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요건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행정주체는 해당 노선을 이루는 구체적인 도로구역을 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토지를 지나가지 않도록 도로를 건설할 수 있음에도 오로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사전에 교통수요 예측과 타당성 조사, 관계기관과의 노선협의, 주민설명회 개최와 원고를 포함한 주민들 민원의 검토 등의 절차를 거쳐 경제성, 도로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을 한 점, 원고가 주장하는 대안 노선은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으로 확정된 노선보다 도로선형이나 경사도에 있어 불량하고 도로건설비용이 증가하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고는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의 절차적 하자와 관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만한 이유 설시가 없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에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이상, 원심판결에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한다.
 
판결의 의미
도로법 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행정청의 도로구역 결정은 기존 교통량 및 변화되는 교통량의 예측, 도로의 위치 및 거리 등에 따른 경제성 및 주변 도로와의 연계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도로구역으로 편입되는 토지의 범위 및 성질, 도로의 선형 및 경사 등에 따른 도로의 주행성, 사업기간 및 건설비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행정청이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 및 다수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로구역을 결정하였다면 그러한 행정청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결정이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거나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 사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으로 인해 원고가 매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친의 묘소를 이장해야 하는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고는 사전에 교통수요 예측,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민원 검토 등의 절차를 거쳤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노선은 도로선형이나 경사도에 있어 불량하고 도로건설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으로 인해 원고 모친의 묘소를 이장해야 하는 사정이 초래되어 모친을 명당에서 추모하고자 하는 원고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사료된다.

이 사건 도로구역결정이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으므로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 사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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