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일, 월요일


국토와교통

2020년 5월호
(통권 430호)


내 땅의 우수관 철거할 수 있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입력 2020/03/06 (금)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들어가며
어떠한 토지의 소유자가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여 자신의 토지에 우수관을 매설하게 한 후 사망하였고 망인의 자가 해당 토지를 상속받은 경우 그 상속인은 현재의 토지 소유자로서 토지에 매설되어 있는 우수관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토지의 원소유자였던 망인이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으므로 상속인으로서도 우수관의 철거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관계
이 사건 우수관이 설치되기 전에는 저지대인 이 사건 토지로 빗물과 인접 토지의 생활하수가 흘러와 도랑의 형태로 이 사건 토지를 가로질러 악취를 풍기고 주변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던 망인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은 1970~1980년경 새마을운동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회의를 거쳐 이 사건 토지에 우수관 시설을 설치하여 인근에 위치한 주택들에서 나오는 오수가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악취 및 경관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관통하던 도랑을 대체하여 이 사건 우수관이 매설되었는데 이로써 이 사건 토지 중 실제 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면적이 증대되었다.

이후 망인이 1994년경 사망하였고 원고 A(이하 ‘원고’)가 1995년 5월 29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 진입로 부분부터 이 사건 단독주택(망인이 1987.3.3. 건축한 연면적 221.19㎡의 스레트 연와 목구조 단독주택으로 2011년경 이후 철거되었다)이 위치하던 곳의 앞부분까지는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고 포장도로 중간에 둥근 맨홀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출입구 부근에 사각형의 이 사건 우수관 맨홀 덮개가 설치되어 있다.

피고 B시(이하 ‘피고’)는 2008년 11월 19일 이 사건 토지의 좌측 상단부에 한강수계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우수관을 설치한 바 있는데 그 우수관의 위치가 이 사건 우수관과 일부 중첩된다.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상속받은 토지에 매설되어 있는 이 사건 우수관을 철거하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우수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8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17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우수관이 설치되기 전 이 사건 토지에는 인근 주택의 생활하수가 흘러가는 작은 도랑이 있었던 사실, 그 후 1970~1980년경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이 사건 토지 지하에 이 사건 우수관이 설치된 사실, 위 설치 당시 소외 1의 동생인 소외 4가 이 사건 토지가 위치한 마을의 이장이었던 사실이 각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위 각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토지의 인근에 거주하는 다수의 이웃들이 이 사건 우수관의 설치에 소외 1의 적극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점, ② 소외 1 역시 자신의 무허가 건물을 위하여 이 사건 우수관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우수관은 이 사건 토지를 가로질러 매설되어 있는 데다 그 규모 역시 커 소외 1의 동의 하에 설치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지상의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는 피고에게 이 사건 우수관의 철거 및 부당이득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소외 1은 이 사건 우수관 매설 당시 그 매설부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기존의 판례와 이에 따라 확립된 사실심의 재판 실무는 무조건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여 온 것이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주장·증명에 기초하여 제반 사정을 심리한 다음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재판 실무에서 문제 되는 사안 중에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사안, 즉 토지 소유자가 공법상의 제한 등을 이유로 부득이 해당 토지 부분을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토지 소유자가 건축 허가 또는 건설사업계획 승인(인가) 등을 받기 위해 스스로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토지를 기부채납하기로 약정하거나 그에 관한 확약서를 제출한 사안, 해당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헐값에 매수하여 소 제기에 나서는 사안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토지의 원소유자가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경우에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특정승계인은 도로 등으로 제공된 토지에 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특정승계인이 그와 같은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점을 든다. 이와 같이 판례는 특정승계인의 소유자로서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근거로서 사용·수익의 제한에 대한 ‘특정승계인의 용인 또는 인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법원 판례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 우수관 설치 당시 망인은 자신이 소유하던 이 사건 토지와 그 지상 단독주택의 편익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우수관을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망인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분명하고 확실한 공공의 이익 또한 인정되므로 망인은 이 사건 계쟁토지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 역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에 대한 원고의 이 사건 우수관 철거 및 그 부분 토지 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한다.
 
판결의 의미
토지 소유자 스스로 그 소유의 토지를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그 토지에 대한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법리가 확립되었고, 대법원은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사용·수익권의 포기’,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 ‘무상으로 통행할 권한의 부여’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왔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하여야 한다. 한편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 권능의 대세적·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으므로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일반 공중의 무상 이용이라는 토지이용현황과 양립 또는 병존하기 어려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만이 제한될 뿐, 토지 소유자는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소수의견은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에 관한 법리의 이론상 문제점으로, 사용·수익권의 포기를 ‘소유권을 이루는 권능의 일부포기’로 볼 경우 소유권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영구 제한물권의 설정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며 공시의 원칙이나 물권법정주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 권능의 대세적·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은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는 바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일반 공중의 무상 이용이라는 토지이용현황과 양립 또는 병존하기 어려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만이 제한될 뿐이고, 토지 소유자는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정한 요건 하에 특정승계인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허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고, 토지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일정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으므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 내에서 적절한 해석과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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