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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건설 뒷이야기⑦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경부고속道
 방동석 / 전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고속도로와 맺은 인연 1967년 7월경 서울~부산 고속도로 건설비용과 대구~부산 고속도로 노선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청와대에서 육군본부에 내려왔다. 이를 계기로 육군 공병감실에서 작업을 착수했으며 이것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군이 참여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육군 공병감실 박병순 소장은 대구~부산 구간의 밀양과 청도를 경유하는 노선은 비교적 직선이지만 험한 산악 지역이 많아 난공사가 우려되어 경주, 언양을 경유하는 노선을 정하여 박정희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서울~부산 고속도로 건설비도 함께 보고하였다. 그 당시 나는 육군본부 공병감실 운영장교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 이전에는 육군공병학교에서 측량학 및 도로, 비행장, 철도 관련 토목공학 과목을 담당하는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력 때문에 나는 육군 공병감실의 윤영호 대령, 박찬표 중령 그리고 건설부의 박종생 기정과 함께 1967년 11월 청와대에 파견되어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계된 일을 맡게 되었다. 이 청와대 파견단의 최초 임무는 건설부, 서울시, 재무부, 현대건설에서 보고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의 비교 분석, 경부고속도로 노선 지역의 지가(地價) 조사, 경부고속도로 노선 지도 준비 및 각 행정기관의 고속도로 건설 지원 진행 상황 파악 등이었다. 하루는 대통령께서 일본어로 된 토목기술 서적을 우리 청와대 파견단에게 건내주었다. 일본 고속도로 건설 관련 책자였는데 후일 고속도로에 대해 생소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통령은 그때 이미 고속도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부산 고속도로 노선 지도 어느날,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결되는 지역의 1/50,000 축적의 지도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당시 육군지도보급소는 영등포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도엽 번호를 일일이 찾아보니 부피가 꽤 커서 창고 안에서는 연결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육군본부 사령실 앞 연병장에서 연결하였는데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공병 창고에서 보유하고 있던 나무판자 등으로 바람을 막으며 풀칠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지도가 귀해 다시 사용할 목적으로 필요없는 부분은 접어서 풀칠하였다. 요즘 같으면 도엽 번호, 색인표 등 필요없는 부분은 깨끗이 오려내고 스카치 테이프로 깨끗이 붙이련만……. 여러 장을 연결해 놓은 1/50,000 지도는 붙이는데 고생은 했지만 쭈글쭈글하여 볼품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청와대 신관 3층에 있는 대회의실에 펼쳐놓았는데 대통령이 보러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얼마 안 있으니 박정희 대통령, 신동관 경호실 차장, 김학렬 경제수석 비서관 등이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이 이 지도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으면 대통령은 매우 자상하게 부연 설명을 하였다. 박 대통령은 포병병과 출신이었기 때문에 군사용 지도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우리가 준비한 지도를 보더니 “이것으로는 보기 힘들겠군” 하면서 지도의 등고선을 E라 100m, 200m 간격으로 색칠해 채색지도를 만들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비상이 걸렸는데 육군 공병감은 미대 출신 육군 ROTC 소위급을 모두 차출하라고 하였고 그 날로 통신문을 보내 저녁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밤을 꼬박 새워 색칠하여 다음날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얼마 후 대통령께서 지도를 하나 보내주었다. 1/75,000 지도였는데 흑백이었다. 서울, 대구, 영주, 부산 등에 동그라미가 쳐 있고 거기에 연필과 색연필 등으로 선이 그어져 있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지도를 바둑판처럼 들여다 보고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그 지도에 태백산, 지리산 그리고 평야 부분의 높고 낮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색칠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 일을 내가 맡게 되어 나는 집으로 지도를 가지고 갔다. 나는 당시 서울 삼양동에 살고 있었는데 집이 매우 비좁았다. 아이들이 잠이 든 다음에 상을 펴놓고 지도를 그렸다. 대통령이 손수 그리시던 미완성 부분을 완성한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일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미대 출신 육군 공병 소위들을 동원해 채색한 지도는 베니어 합판 여섯 개에 나누어 붙여 회의실 벽에 기대어 놓으니 우리나라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베니어 합판에 붙인 지도는 운반하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족자 지도였다. 인사동에 있는 표구사에 맡겨 지도 뒤에 한지를 붙여 표구하니 쉽게 찢어지지 않게 되고 휴대할 때는 둥글게 말고 필요할 때는 위에 고리를 만들어 걸게 했다. 족자 지도 가로가 79~80㎝, 세로는 노선의 굴곡에 따라 100~150㎝ 정도였는데 대통령이 지도에 관심이 많으니까 청와대, 건설부, 기타 관계 기관 등에서도 족자 지도를 만들었다. 아마도 인사동의 그 표구사는 짭짤한 재미를 보았을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족자 지도를 많이 애용했다. 서울~부산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한참 수립 중인 어느 날 퇴근 시간 무렵 청와대 경제 수석 비서관의 비서로부터 “아세테이트지하고 색연필, 지우개 등을 준비해 올라오라”는 연락이 왔다. 대통령은 서재 겸 소집무실에서 부속실 직원 한 사람과 족자 지도를 여기 붙일까 저기 붙일까 궁리하면서 못을 박게 하고 있었다. 나에게 지도 위에 아세테이트지를 덧씌워 달라고 했다. 아마, 노선이 좀 이상하다 싶은 곳은 색연필로 표시하여 다시 검토하려는 것이었다. 지도에 얽힌 사연은 또 있다. 어느 일요일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대통령께서 진해에 와 계신데, 지도를 가지고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와대 집무실 벽에 걸린 족자 지도를 찾아가지고 여의도 비행장으로 갔더니 사복을 입은 내게 공군 대령이 경례를 했다. 소령 계급으로 대령으로부터 경례를 받으니 쑥스러웠다. 전에 이승만 대통령 전용기였던 에어 코맨더라는 쌍발기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비행기를 혼자 타고 진해로 내려가는데 ‘아, 대통령의 힘이라는 것이 이런 거로구나’하며 기분이 황홀했다. 진해에 도착하니 대통령은 숙소 침대에 걸터앉으며 “경남 양산 지역 부근이 잘 안 보이니 잘 보이게 해달라”고 했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면서 노선을 검토하려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밤새워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갈 때, 대통령은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경남 양산 지역의 ks 산봉우리에 내려달라고 했다. 산봉우리 주위의 노선을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종사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내려봐”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착륙하여 그 곳의 지형을 살펴보았다.(계속) 본 내용은 월간 국토해양저널 2002년 1월호(통권 21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비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뒷이야기> 시리즈는 '월간 국토해양저널' 통권 200호를 맞이하여 2001년부터 장기 연재된 주옥같은 글들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대로 뭍어두기에는 아쉬운 글들입니다. 따라서, '월간 국토해양저널'을 애독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재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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