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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종합개발사업 ⑥ 내 별명은 '경주의 최총리'
 최용덕 / 前 경주개발건설사무소 4대 소장 / 내가 경주에서 근무한 것은 1976년 3월 19일부터 1977년 5월 26일까지 15개월간이었으니,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 있어 그 기간은 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한 의미있는 시기였다. 경주개발건설사무소 4대 소장으로 있으면서 찬란했던 신라고도를 재현하여 그 정신을 후손에게 계승하는 한편, 관광도시로 새롭게 변모시키는 역사적인 개발사업에 동참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생활하였다.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압지와 관련된 일이다. 수리공학 이론 도입하여 만든 안압지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안압지(사적 제18호)에서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어 연일 보도되었다. 여기서 출토된 많은 유물은 당시 금속공예의 수준과 호화롭던 궁중생활의 단면을 짐작케하는 고고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토목, 건축, 조경을 이해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다양한 출토 유물에 관심이 쏠려 있을 무렵, 나는 연못 안에 출토된 세 개의 인공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단순한 관상의 목적만은 아니었을 것이고, 더 큰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리하여 발굴 현황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발굴현장을 세세히 살폈다. 거기에는 수리공학을 이용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려 했던 신라인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이 인공섬은 수류의 흐름을 유도하는 제수제 역할을 하여 항상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한 수리학적(水理學的) 이론을 도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안압지에 면한 건물을 임해전(臨海殿)이라 명명한 것을 보면 안압지를 하나의 바다에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못 동남쪽 물이 흘러 들어오는 수구(水口)는 3단으로 된 낙차공을 돌로 쌓아 물이 흐르는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했으며, 동남쪽의 큰 섬은 수구에서 들어오는 물의 흐름을 서쪽과 북쪽으로 유도하여 연못 구석구석에 썩은 물이 고이지 않고 항상 깨끗한 물이 흐르게 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는 수면의 방파제 역할을 하여 파도치는 것을 막았고, 중앙에 있는 작은 섬은 동쪽의 만곡부(彎曲部)에 물이 골고루 흘러들게 하여 침체를 방지케 하는 역할도 하였던 것이다. 한편 북쪽에 위치한 섬은 연못 서북쪽 모서리의 물이 잘 회전되도록 하는 동시에, 물이 섬 양쪽으로 돌아서 합쳐질 때 생기는 충돌로 유속을 감퇴시킴으로써 출구 구조물의 파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밖에 동북부 만입부(灣入部)에는 속을 판 통나무 위에 판자로 뚜껑을 덮은 2개의 목제 파이프식 수로를 설치하여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있으며, 나무말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루어 배를 계루시킨 선착장으로 추정되었다. 이 지점에서 실제로 목선(木船)이 발굴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안압지의 호안(護岸) 석축(石築)을 쌓는데 있어서도 토목 공학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안(西岸)은 대개 잘 다듬어진 장대석(長臺石)을 사용하여 수직으로 축조하였으며, 동안(東岸)은 서안에 비해 덜 다듬어진 돌을 사용하여 경사를 완만하게 축조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해당 지역의 토질을 고려한 것으로 서남안(반월성 지역)은 지반이 견고하기 때문이며, 동북안은 연약지반(농경지)인 것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주목할 일은 과학적인 연약지반 처리공법이다. 즉 호안 하부는 항상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 까닭에 석축 기부(基部)가 토압(土壓)에 밀리는 현상(Sliding)을 방지하는 보강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석축을 쌓는 데는 콘크리트로 기초를 보강하고, 석축 법면은 조약돌과 콘크리트로 찰쌓기 공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안압지의 석축을 쌓을 당시에는 시멘트가 없었을 터이니 보강에 있어서 이와는 다른 공법을 택했을 것이다. 여기서 신라인의 지혜가 발휘되는데, 압사석(押捨石)의 사용이 바로 그것이다. 강에서 채집한 조약돌과 양질의 흙으로 뒷채움하고 기초보강은 직경 40~50㎝의 강돌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돌(압사석)을 석축 기부에 1~1.5m 간격으로 죽 배열하여 기부를 눌러 석축이 허물어짐을 방지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렇듯 안압지를 건설하였던 신라인은 외관상의 조형미를 생각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사상을 담으려 하였고 과학적인 축조공법을 동원하는 지혜를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1976년 5월 31일 포항종합제철 제2기 고로화입식(高爐火入式)과 천마총 복원 개장테이프 절단식에 참석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우리 사무실에 들렸다. 그때 나는 경주종합개발사업 추진현황을 보고하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나름대로 파악한 안압지의 수리공학적 이론을 설명하였다. 설명을 듣고 난 박정희 대통령은 “예전 학창시절 경주에 수학여행을 왔을 때, 인솔교사로부터 ‘안입지는 우리나라 지도를 본떠 축조하였고 어느 곳에서 보아도 연못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수리학적 이론을 도입하였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슬기로운 면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그리고 대통령은 “복원공사 때는 수학여행 오는 학생이나 관광객이 연못을 두루 돌아볼 수 있도록 순환 도로를 만들고, 광장에는 잔디를 깔아 보기 좋게 만들라”는 지시를 했다. 현황청취를 마친 박대통령은 적지 않은 격려금을 하사하시어 우리의 사기를 돋우어 주기도 했다. 안압지의 수리공학 이론 도입에 대한 사실이 전해지자, 당시 경주주재 동아일보 함종혁 기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기사화하였다. 「건설부 경주개발건설사무소장으로 새로 부임한 최용덕 시설기감은 못 안에 남북으로 배치한 3개의 인조로 된 섬은 지금까지 알려진 관상용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고, 수리학적 면을 배려한 점이 더욱 종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최소장의 안압지 구조와 3개 섬의 배려에 대한 수리학적 고증에 대하여 김동현 발굴조사단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안압지 하나를 두고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며, 신라인들이 삼국통일을 기념으로 조성한 안압지에 당시의 국력이 과시된다고 말했다.(1976년 6월 3일 지방관)」 또한 같은 날 한국일보 ‘지평선’이란 칼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게재 되었다. 「…… 그러나 본격적인 준설 발굴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새삼 우리 고대문화의 우수성을 재확인하기에 이른 것은 당대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것 가운데서도 안압지 속에 마련된 세 인조섬에 대한 기능의 해명은 뜻이 있는 일로 생각된다. …… 그것이 수리학적인 이용에 뛰어난 지혜로 보였다는 것은 우연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다. 앞으로 국내의 모든 관계분야가 널리 망라되어 문화재가 간직한 깊은 내면의 의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히는 것이 현대가 해야 할 책임인가 한다.」 결국 안압지 발굴현장을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가 문화재를 발굴 보존해야 하는 까닭이 현상적인 이면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정신의 계승에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경주의 최총리 경주에서 근무하는 동안 나와 안면이 잇는 사람들은 나를 ‘경주의 국무총리’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경주개발에 적극성을 띠고 일을 한다는 좋은 의미로 해석한다. 그래서인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긍지를 느끼곤 하였다. 1977년 2월 25일 오전, 경주종합개발사업 유관기관장 회의가 열렸다. 서울에서 청와대 오휘영 비서관을 비롯하여, 경제기획원, 내무부, 문공부, 농수산부, 문교부, 교통부 등 관련부처의 주무국장이 참석하였고, 경주에서는 시장, 월성군수, 경찰서장, 검찰지청장, 박물과장, 사적관리사무소장, 종교계 대표, 경주관광협회와 현지의 해당 사업집행기관의 장 등 40여명 참석했다. 이 회의의 목적은 경주종합개발사업의 진척을 점검하는 한편, 유관부서간의 협조가 원만히 이루어져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잇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데 있었다. 당시 이 회의를 주재하였던 나는 해당 집행기관의 사업추진의 촉진을 당부하였고, 이를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아무래도 후자 쪽에 무게가 놓였다. “경주에서는 학교 건물의 지붕 하나라도 일반 도시와 같이 보통 지붕이 용납되지 않고, 한옥으로 건축하도록 되어 있어 건축비가 더 소요되니 문교부에서는 예산을 높이 책정해 주어야 하고, 농수산부는 덕동댐 공사와 경지정리 사업의 예산지원을 해 주어야 하며, 철도청은 경주역 남쪽의 건설비를 지원해 줄 것, 경제기획원에서는 이 모든 여건을 감안하여 예산을 계산해 달라”고 하였다. 이것은 경주가 고적보존지구인 까닭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여 한 말이었다. 이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회의에 참석했던 유병갑 경주 검찰지청장이 옆자리의 한병삼 경주박물관장(국립중앙박물관장 역임)에게 귓속말로 “최소장이 중앙 각 부처에 지시(부탁)하는 솜씨를 보니, 국무총리가 각 부처 장관을 상대로 회의를 주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내게 ‘국무총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었다. 당시 경주개발사업은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맡은 일에 의욕이 넘치다 보니 붙여진 애칭인 만큼 굳이 마다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지금도 이 말을 생각하면 의욕적으로 경주개발에 참여하였던 당시의 기억들이 떠올라 빙긋이 미소를 짓곤 한다. 금장교 위의 시장과 군수 건설공무원으로서 내 신조중의 하나는 ‘건설공사는 해당 지방관서의 행정력과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사업 추진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용지보상, 지역 주민들의 민원해결을 비롯하여 직간접적인 협조관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경주개발사업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사 추진에 수반하는 가옥의 이전, 전답의 수용 등에 따른 민원해결이 지방관서와 협조하여 풀어나가야 할 큰 일이었다. 또한 사업을 총괄 조정하다 보면, 경주를 찾아오는 주요인사들의 대부분이 우리 상황실에 찾아왔고, 그럴때면 그때 그때 상황설명이나 현장안내를 담당해야 했다. 또 각종 회의를 주재하다 보니 자연 내방객은 많았다. 당시 최태진 경주시장은 보상업무와 민원해결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때로는 “관광도시 시장의 판공비가 건설사무소장보다 많다.”고 농담을 하며 경주를 찾아오는 주요인사들의 접대 등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마음 금할 길 없다. 한 번은 중앙에서 내려온 주요인사가 “전국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경주에 와 보니 시장은 소장을 칭찬하고 또 소장은 시장을 칭찬하니, 매우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후일 이러한 이야기가 상부에 까지 보고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새삼 사업의 수행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나도 나름대로 경주의 각 기관장들과 긴밀한 협조와 융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천도교를 창시한 수운 최제우 선생이 득도(得道)하였다는 월성군(지금의 경주시) 현곡면 용담정 개발의 일환으로 건설한 금장교(金丈橋) 개통식 때 있었던 일이다. 다리가 완성되고 개통식이 임박하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개통식을 보다 의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였다. 이때 경주시와 월성군의 주민화합이라는 점을 착안하였다. 금장교는 경주시와 월성군을 연결하는 다리이니, 1976년 9월 28일 개통식 때 경주시장과 월성군수가 각각 다리 양쪽(자기 행정구역)에서 출발하여 중앙지점에 이르러 개통 테이프를 끊도록 하는 것이었다. 군수와 시장이 교량의 한 가운데서 만나 악수를 나눌 때 이 자리에 참여하였던 양측 주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찮은 일이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들간의 유대를 다지는 데 작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주개발건설사무소장 재직시에는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쳤던 사람도 기억난다. 당시 문공부 사적관리사무소 정기영 소장이 특히 그렇다. 정기영 소장은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의 해설을 들으면 문화재데 대한 가치가 더욱 상승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공휴일에도 사적지 순방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하곤 하였다. 특히 왕릉, 옥산서원, 남산의 불상 등의 순방 때에 함께 해 주었다.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되면서 그 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대한민국 만세’ 신라인의 함성 경주개발건설사무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기간 중에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추진했던 일 중의 또 하나는 경주종합개발사업을 지역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일이었다. 이 사업이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언론기관이나 기타 단체에서 이에 대한 보도를 집중적으로 하기는 하였지만, 내가 소장으로 부임해 갔을 76년 당시만 하더라도 주민들의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한 편이었다. 사업소장으로서, 무엇보다 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는 주민의 호응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천년 문화유적을 복원하고,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호응없이는 아무래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구나 주민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조상의 분묘를 이장하는 문제라든지, 주택철거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주민들의 불만이 심했다. 뿐만 아니라 도로공사, 상하수도 공사로 길을 파헤쳐, 여기에서 겪는 주민의 불편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1976년 9월 초 대통령께 사업추진 현황을 보고할 일이 생겼다. 개발진행 상황에 대한 슬라이드를 준비하는 등 자료준비를 철저히 하여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사업진행 상황을 청와대 보고에 그치지 말고 지역 기관장과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하여 그 해 9월 24일, 일차로 경주시청 상황실에서 경주시의 기관장을 대상으로 경주종합개발사업에 대한 홍보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기관장은 50여 명에 달했다. 물론 개중에는 경주개발의 중요성과 경과를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었다. 이 사업의 중앙세서 직접 추진하는 사업인 데다가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인 때문에 남의 일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경주개발의 필요성, 예산 규모, 진행 상황, 개발이 끝난 후의 문화․경제적인 효과 등을 세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경주개발의 중요성을 주민 스스로가 인식하고, 역사적인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결지어 후대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점을 강조하였다. 참여하였던 사람들의 호응은 좋았다. 특히 당시 경주 월성 교육장은 ‘이러한 사업홍보가 여기서 그치지 말고 일반인에게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당시 월성군수는 ‘부인회, 어머니회 등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1차 홍보회의에 이어 10월 4일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각급학교 교장․교감, 시․도 행정자문위원, 동장․통장․이장, 사회단체장, 경제인, 언론인 등 380명을 대상으로 경주문화고등학교 강당에서 2차 홍보회의를 가졌고, 경주․월송지구 부인회․어머니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회의를 계속 개최하였다. 이어 대상을 초․중․고등학교 교사, 학생 등으로 확산해 나갔다. 76년 9월에 시작한 홍보회의는 다음 해 5월까지 이어졌는데, 수시로 상황실에서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도 8차에 걸쳐 5천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76년 10월 20일에 문화고등학교 강당에서 있었던 4차 홍보회의이다. 이 회의는 경주․월성지구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했는데 1천명 가까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연단에 올라간 나는 이 경주종합개발사업이 어느 누구를 위한 사업이 아니고, 민족의 미래를 밝히는 사업이며 민족의 정신을 한데 모으는 거국적인 사업임을 강조하였다. 사실 나 자신도 직업적인 의무감보다 이 사업의 본질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새 마음 속으로는 이미 경주의 한 시민이 되어 있었던 터였다. 슬라이드 상영이 끝나고 강당 안에 불이 켜졌다. 보통 때 같으면 청중들이 하나 둘 일어서야 할 터인데, 그때만은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청중 중에 한 사람이 일어나 연단 위로 올라왔다. 나는 의아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연단에 올라선 그 사람은 일어날 줄 모르고 있는 청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경주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기를 빌고, 사업을 지지하신 박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이 사업을 위하여 내려와 수고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만세삼창을 부릅시다.” 누가 시켜서 한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선창으로 “대한민국 만세, 경주 만세”가 강당 안에 울려 퍼졌다. 이어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경주문화고등학교 강당을 울리던 만세소리는 찬란했던 문화를 간직했던 신라인의 함성같기도 하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가슴 뭉글한 그 무엇을 느꼈다. 업무에 시달리는 피로감도 깨끗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본 내용은 월간 국토해양저널 1999년 3월호(통권 17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비화! 경주 종합개발사업> 시리즈는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1998년도부터 장기 연재되었던 주옥같은 글들로 <비화! 경부고속도로 뒷이야기>에 이어 본 홈페이지를 통해 재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기대바랍니다. 비화! 경부고속도로 뒷이야기 바로가기 비화! 경주종합개발사업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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